1. 들어가며
제목의 헬터 스켈터는 카니발이나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미끄럼틀을 칭합니다. 왜 헬터 스켈터가 작품의 제목이 되었는지는 영화를 감상하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헬터 스켈터는 일본의 제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수상한 만화가 오카자키 쿄코의 1996년 발표작이 원작입니다. 1권의 짤막한 단편입니다만 굉장히 관능적이고 임팩트있는 표현과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본능을 꿰뚫는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리리코역에는 일본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사와지리 에리카이며, 감독은 일본의 전설적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딸이자 사진작가로도 유명한 니나가와 미카입니다.
2.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추녀 주인공 리리코는 전신 성형 수술로 굉장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지만,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몸에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부작용으로 생긴 상처의 부위는 점점 리리코의 몸을 덮어가기 시작하고, 이와 함께 리리코의 정신세계도 암흑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겪음과 동시에 리리코를 주변으로 한 인물 간의 갈등과 대중 앞에 선 스타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잣대들로 인해 점점 파멸에 이르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추녀가 미녀로 변신한다는 설정은 역시 일본 만화 원작의 국내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매우 유사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결말의 미녀는 괴로워와는 달리 헬터 스켈터는 꽤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마치 천국과 지옥으로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끝이 없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욕망이 인간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욕망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바로 연예사업입니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이면을 한치의 포장도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리뷰
니나가와 유키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 중 한 명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자기만의 형식을 구축해냈기 때문에 그의 공연을 한 번 본 사람일지라도 그 후에는 그의 연출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딸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역시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진가로 유명한 그녀가 어느새 여러 편의 영화를 연출한 걸출한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특징이 굉장히 화려한 색감을 자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녀 역시 누군가 그녀의 작품을 한 번 보게 된다면 그 후에는 그녀의 작품을 판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연출 스타일은 헬터 스켈터와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연예계와 스타의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추악한 이면을 고발하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연출 뒤에 숨겨진 메시지는 관능적이지만 굉장히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는 굉장히 선정적이기도 하고 잔인하게 진행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욕망을 위해 어떤 선택까지 감수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본인의 욕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거나 갖게 되었을 때 나는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더 큰 것을 계속 바라게 된다면 나의 끝은 어디일까? 결국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그 삶은 만족할 수 없는 삶일까? 이런 질문들은 굉장히 어둡고 사람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화려한 연출과 음악,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라서 굉장히 즐겁게 보았습니다만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굉장한 우울감을 느꼈습니다. 너무 적나라하게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보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사회의 혹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그렇다면 이 영화는 틀림없이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당신의 욕망, 인간의 욕망과 마주하십시오. 당신의 바닥은 어디까지입니까? 여담으로 주인공 리리코역을 맡았던 사와지리 에리카는 이후 최근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되었는데 영화의 내용이 실제 삶이 너무 닮아있어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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