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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

by 그자나 2021. 8. 5.

화양연화-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1. 들어가며

중화권의 모든 영화가 중국영화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백인 및 서구권의 무언가가 나오는 영화는 다 미국영화라고 생각할 만큼 해외문화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화양연화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제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도 제 세대는 한자교육을 받지 않았던 세대였으므로 그 뜻을 유추해낼수조차 없었으나 두 남녀의 기묘한 분위기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영화는 굉장히 정적이고 대사도 별로 없습니다. 분위기로 시간을 이렇게 끌어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장만옥과 양조위는 화양연화의 캐릭터로 각인되었습니다. 

2. 줄거리

1960년대의 어느 홍콩, 상하이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배경입니다. 두 부부중 한 부부의 부인과 또다른 한 부부의 남편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벌써 이 설정부터 묘한 기류가 형성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인의 남편은 출장이 잦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아내 또한 업무차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습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둘은 자주 부딪히게 되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우연한 계기로 그 둘의 남편과 부인 또한 몰래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슬픔과 위로도 잠시 어느덧 그 둘 또한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3. 리뷰

화양연화는 둘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한 미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로만 보면 한국의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되는 막장, 맞바람 피우는 이야기 정도로 그칠 이야기이지만 그걸 굉장히 세밀한 감정선으로 구분하여 표현하였기에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배우자들의 불륜에서 오는 어떤 정신적인 고통을 내면화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동정으로 비춰지는 사랑으로 승화시키게 되지만 동시에 그들은 너무나 도덕적인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배우자와 같은 선택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목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이미 굉장한 거장이고 수많은 영화를 제작했지만 제 생각에 이 영화 화양연화가 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보다 등장인물의 내면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영화에서보다 영화의 장면들이 굉장히 절제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미장센들이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분위기의 답답함을 형성했다고 느꼈습니다. 굉장히 현란한 전작덕분에 대조적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더 그런 대조감이 극대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특히 영화의 도입부와 말미에 나오는 글귀들이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뻔한 멜로드라마를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해 낸 것이야말로 거장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가 아닌 장면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영화. 어쩌면 영화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실의 시대가 그 분위기와 시대상으로 일본의 한 시대를 풍미했듯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가 그 시절 한국을 포함한 전 아시아를 풍미하지 않았을까 짐작만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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