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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1989) : 정의와 광기의 기로에서

by 그자나 2021. 8. 2.

배트맨-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1. 들어가며

어린 시절 DVD나 블루레이가 보급화되기 훨씬 전, VHS라는 비디오테이프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레이저디스크라는 영상매체가 있었습니다. 각종 기계에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 덕분에 새로운 매체들이 집에 항상 있었고,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이 전자기기들을 다루는 데에 익숙했습니다. 마치 LP판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레이저디스크를 꺼내서 가장 많이 재생했던 영화는 바로 팀 버튼의 배트맨시리즈와 디즈니의 인어공주였습니다. (사실 당시에 제 나이에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같은 타이틀을 돌려보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배트맨은 공포스럽다기보다 팀버튼 특유의 괴기스러움이 묻어나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제가 거의 태어날 즈음에 제작된 영화지만 영화의 미술적인 요소나 디테일이 너무나 뛰어나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 그 기술적인 화려함은 덜하지만 3D보다는 2D감성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팀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더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2. 줄거리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브루스 웨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는 정의감에 고담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배트맨으로 분하여 악당들을 물리칩니다. 그 와중, 브루스의 부모를 살해한 주범인 잭은 자신의 상사의 부인과 불륜이 들통 나 조직의 함정에 빠지게 되고 그 순간 나타난 배트맨의 활약 때문에 화확약품이 가득 찬 통에 빠지게 되어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잭은 그의 신분 때문에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불법적으로 의료시술을 하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 치료받지만, 부작용으로 항상 웃는 얼굴만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바야흐로 그 유명한 악당 조커의 탄생입니다. 광기에 휩싸인 조커는 상상초월의 기괴하고 엽기적인 수단으로 배트맨과 매번 대결을 펼칩니다. 그러던 중 조커는 비키라는 여성을 흠모하게 되고 비키는 배트맨의 뒤를 쫓게 됩니다. 브루스 웨인도 비키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하게 되고, 조커는 새로운 음모를 방송을 통해 전파시키고 고담시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예상과는 달리 조커는 성대한 퍼레이드를 개최하고 막대한 돈을 하늘에서 시민들에게 뿌려대고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거대한 풍선에 특수 가스를 살포하여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내지만 배트맨이 나타나 조커의 계략을 저지하게 됩니다. 화가 단단히 난 조커는 비키를 납치하여 배트맨을 유인하고 그 둘은 최후의 결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결투 속에서 그들의 악연과 그들의 탄생에 서로가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조커는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경찰은 도시에 악당이 나타날 때마다 배트 시그널을 켜서 배트맨을 부르기로 하는 약속을 체결하기로 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3. 리뷰

여느 영웅 물이 그러하듯 저는 항상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들은 왜 무보수의 힘든 일을 하는 것일까? 어떤 무거운 짐이 그들을 의무감에 사로잡히게 만드는가? 와 같은 의문이었습니다. 배트맨은 단순히 오락물이 아니라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적인 볼거리와 특히나 좋아하는 배우 잭 니콜슨의 전설적인 조커 연기는 아직도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 빌런 캐릭터에 꼽히지만 좀 더 성장한 뒤에 다시 감상한 배트맨에서는 마지막 대결장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냈다는 악연에 대해 인지하는 장면이 강하게 뇌리에 박혔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헤치려 하지만 그들을 서로 만들어 낸 것은 자신 본인들이라는 관계의 설정은 꼬이고 꼬여있는 현대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단 두 사람의 관계만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느꼈던 킴 베이싱어의 섹시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금발의 곱슬머리는 아직도 저에게는 섹시함의 아이콘으로 여겨집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히스 레저의 조커를 추앙하지만, 저에게 조커는 잭 니콜슨의 조커 단 한 명뿐입니다. 그는 전설입니다.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미술적 요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팀버튼 감독은 정말이지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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