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틸다 스윈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어버린 영화입니다. 이 당시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서는 생소한 부분이 컸는데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상류층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아마 평생이 지나도 누리지 못할 그들의 사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알 수 있는 건 그들의 삶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것도, 그리고 그들도 결국 일개 나약한 인간뿐이라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2. 줄거리
주인공 엠마는 이전의 누리던 모든 삶과 자유를 포기한 채 이탈리아의 밀라노 부유층에 들어오게 됩니다. 재벌가의 생활은 그닥 녹록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 삶에 회의감을 느끼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사람이 찾아옵니다. 바로 아들의 친구이자 요리사인 안토니오입니다. 그녀는 안토니오를 만난 후, 자신에게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그녀에게 찾아온 것입니다. 과연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지가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3. 리뷰
이 영화는 2011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세계의 유명한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화제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입니다. 초청받은 영화제의 목록을 살펴보자면 베니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베를린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이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 유수의 매체들에서 이 영화에 대한 극찬세례를 퍼부은 바 있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갔지만 한 편으로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 대다수 저에게는 난해하거나 지루하고 어려웠던 경험을 토대로 큰 흥미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흥밋거리는 첫 번째로 틸다 스윈튼이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점과 각종 패션매거진에서 그녀의 의상에 대해 다루어진 점을 보아 역시나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상류층의 패션에 대해서 그것도 패션의 중심지 중 하나이며 멋쟁이들이 많다고 소문난 이탈리아의 상류 패션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저의 영화리스트에 있는 수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한 인간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욕망을 방해하는 일종의 사회적 위치와 그 욕망을 지키고 이루어내는 주인공의 시점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고, 느껴보았을 어떤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나라면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욕망을 위해 누리고 있는 것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얼핏 납니다.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큰 흥미를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이 단순 흥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면 그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틸다 스윈튼의 굉장히 절제된 감정표현이 좋았고 굉장히 정적으로 흘러가는 타임라인 속에 톤 다운된 색감으로 펼쳐지는 이탈리아 귀족가문의 배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그녀의 대사보다 정제된 몸짓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이탈리아 귀족의 삶은 저럴지도 모르겠다는 환상과 함께 오히려 욕망을 억누르려는 그녀의 모습과 겹쳐 보여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에너지가 응축된 우아함과 카리스마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클로즈업되는 그녀의 표정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귀족적 표현을 위해서 많은 고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이탈리아의 중상위층 계급을 직접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제가 감동을 느꼈던 몸짓들이 실제 관찰을 토대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세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소한 역할들까지 신경을 쓰는 연출적 세밀함이 가득했고, 캐릭터의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로 틸다 스윈튼은 러시아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완벽한 이탈리아어 구현은 현지 관람객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