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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 애정이라는 이름의 광기

by 그자나 2021. 7. 29.

미저리-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1. 들어가며

어린 시절 추리물과 스릴러물에 심취하신 아버지 덕분에 많은 소설과 영화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저리는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스티븐 킹 역시 아버지의 리스트에 항상 올라있는 작가이므로 저는 미저리 영화를 굉장히 어린 나이에 볼 수 있었고, 그때 느꼈던 공포는 아직도 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집착이 광기로 변할 때 사람의 잔혹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보였던 집단광기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의견일 뿐이고 이 영화에 대해 심리학적인 분석 글도 굉장히 많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가볍게 찾아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2. 줄거리

미저리는 순애보적인 대중 로맨스 소설 시리즈의 제목으로 극 중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 시리즈로 오랜 기간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온 주인공은 소설가 폴입니다. 폴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 미저리가 죽는 장면으로 시리즈의 완결을 내립니다. 아주 오랜 시간 쓰고자 했던 작품의 결말을 내린 후에 폴은 뉴욕을 출발하여 산길을 지나가던 중 갑작스레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만나게 되어 도로를 이탈하여 벼랑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심한 부상과 함께 의식을 잃은 폴은 때마침 모든 사건의 주인공 애니에 의해 구출됩니다. 애니는 굉장히 미스테리한 인물인데 이미 폴의 미저리 시리즈의 팬이었으며 동시에 그의 재능을 굉장히 동경하는 간호사 출신의 여성입니다. 애니의 집에서 그녀의 헌신적인 돌봄으로 서서히 의식을 회복한 폴은 양다리가 부러지고 어깨마저 심하게 다친 처참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합니다. 애니는 실의에 빠진 그를 달래주며 심한 눈보라로 길이 막혀 병원에 가지 못했고, 전화도 되지 않아 외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어느덧 눈이 녹고 길이 열리게 되지만 어쩐 일인지 애니는 폴을 병원에 데려갈 생각조차 없어 보입니다. 마을에 나가 미저리의 마지막 완결편을 구매하여 읽은 애니는 미저리가 죽으며 이야기가 끝난다는 것을 알고 폴에게 알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합니다.

3. 리뷰

언제부턴가 사생팬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한국의 아이돌 산업과 문화가 발전되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일방적인 마음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그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공 애니는 그런 공감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극진히 폴을 간호하는 모습에서는 그녀는 굉장히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을 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계획된 사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굉장히 끔찍하게 소름 돋습니다. 최근 들어서 여러 감수성에 대한 논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등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단어들이 어느새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무지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점차 더 기민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섬세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찌 보면 사고를 당한 폴의 상태는 상황적으로 약자의 상태고 이를 보호하는 애니의 상태는 강자의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 상황이 아니라면 애니는 평범한 일반인, 폴은 인기 작가로 아마 일종의 권력을 따진다면 폴이 강자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 상대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언급하고 싶은 포인트는 애니가 폴에게 가한 학대는 굉장히 올바르지 못한 것이고, 폭력을 배제하고서라도 잘못된 이유는 그 학대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취득하기 위해서 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착취이고, 굳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여러 방식으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생팬들은 가만히 응원을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냅니다. 과연 이런 욕망은 올바른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들도 팬이기에 존중을 해줘야 한다면 최근 사생팬과의 전쟁을 선포한 매니지먼트 회사들의 행보는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비뚤어진 욕망과 애정의 표출은 누군가의 희생과 착취를 강요하고 합리화한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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